클레오파트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바로 치명적인 미모의 유혹자라는 수식어입니다.
그녀는 줄리우스 카이사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같은 로마의 영웅들을 사로잡은 ‘요부’로 그려지곤 하죠.
영화와 드라마 속 그녀는 언제나 풍성한 헤어스타일, 금장 장식의 드레스, 관능적인 눈매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정말로 클레오파트라는 그렇게 아름다웠을까?
혹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의 이미지가 과장된 허상은 아닐까요?
이번 글에서는 고대 유물과 사료, 그리고 현대 학자들의 시각을 통해
클레오파트라의 실제 외모를 고찰해보며
그녀의 진정한 매력이 어디에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고대 동전에 남겨진 ‘진짜’ 클레오파트라의 얼굴
클레오파트라의 외모를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바로 당시 주조된 동전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통치 당시 직접 초상화를 새긴 은화 및 금화를 유통시켰고,
이 동전들 중 일부가 현재까지도 고고학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동전 속 클레오파트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아한 미녀와는 상당히 다른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뾰족한 코
돌출된 턱선
굵고 짧은 목
강한 인상의 눈썹과 턱뼈
일부 학자들은 이 모습이 그녀의 아버지인 프톨레마이오스 12세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즉, 왕가의 혈통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상징적 표현이라는 것이죠.
또한 당시는 ‘사실적인 외모 묘사’보다는 권력과 위엄을 드러내기 위한 이미지가 중요했기 때문에,
이 초상화가 클레오파트라의 외모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동전들을 근거로 할 때, 현대적 기준의 미인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고대 사가들은 왜 그녀를 ‘절세미녀’로 그렸을까?
역사적 기록을 보면, 클레오파트라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제각기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로마의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는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그녀의 미모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었으나,
목소리와 지성, 말투에서 매력이 넘쳐흘렀다.”
이 문장은 굉장히 중요한 힌트를 줍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외모 자체보다도 목소리, 언어능력, 교양, 카리스마 등
총체적인 매력으로 사람을 사로잡았던 인물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플루타르코스는 클레오파트라가 여러 언어를 구사했고,
지적 대화와 유머 감각이 뛰어났으며,
상대의 기질에 맞춘 대화 전략을 쓸 줄 아는 심리적 정치가였다고도 전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녀가 ‘절세미녀’로 묘사되었을까요?
후대의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그녀는 ‘남성을 유혹한 여왕’으로 소비되며 점점 미화되었고,
특히 19세기~20세기 유럽 회화와 영화에서는 에로틱한 오리엔탈리즘 상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한 1963년 영화 「클레오파트라」는 그녀의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작품입니다.
즉,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움’은 후대의 문화적 판타지와 정치적 프레임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클레오파트라가 진짜로 아름다웠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녀가 아름다웠다고 느낍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가 단순히 얼굴 생김새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클레오파트라는:
당대 최고 권력자들과 대등하게 대화하고 설득할 수 있는 지성을 가졌고,
그리스어, 이집트어를 포함한 7개 언어를 구사할 정도로 뛰어난 언어 능력을 지녔으며,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고 감정에 파고드는 감각적인 전략가였습니다.
그녀는 정적을 단칼에 베는 무장이 아니라,
한 사람을 정치적, 심리적으로 굴복시키는 설득자였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진짜 매력은
외모가 아니라, 목소리와 지능, 그리고 분위기와 카리스마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외모에 대한 진실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동전, 조각상, 역사서 등은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후대의 예술은 그녀를 ‘이상화된 이미지’로 가공했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외모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아주 잘 알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전략화할 줄 알았고,
그것을 정치적 무기로 승화시킨 유일무이한 역사적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진짜로 주목해야 할 건 그녀의 얼굴이 아니라,
그 얼굴 뒤에 숨겨진 지성과 전략,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생존 방식 아닐까요?